Carpe di em
나에게 있어서 런던은 꿈의 도시였다. 뮤지컬, 갤러리, 잡다한 박물관들, 거짓말 슬쩍 보태서 ‘셀 수없이 많은’ 공연장들….캬아…늘어만 놓아도 마음이 그저 뿌듯하다..
일단, 런던하면 뮤지컬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만 같아서.. 삘 가는대로..
1. Musical theatre
런던하면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과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이 가장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이드북에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말이다. 사실 두 작품들은 상당히 오랜 기간 공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싼 표 값이 유지되고 있다. 역시 좋은 작품은 대중에게도 인정받기 마련인가보다. 이 외에도 최근에 출연진 라인이 쏴악 교체되어 분위기 쇄신하고 있는 ‘Cicago’, 꿈과 환상의 무대 장치로 제법 볼 만하다는 ‘the Lion king’, ABBA 노래가 신나게 어우러진 ‘Mamma Mia’, 또 다른 Andrew Lloyd Webber 작품인 ‘tell me on a Sunday’, Queen 노래를 실컷 들을 수 있는 ‘we will rock you’, 영국의 난타 ‘stomp’ 등등이 절찬리에 공연 중에 있다. 공연의 퀄러티들에 대해서는 여기서 왈가왈부하기에 참 애매하고, 그저 기본적인 영국 공연의 수준이 있으므로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큰 모험은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
중요한 점은 사실 가격인데…다들 알고 있다시피 티켓은 Leicester square에 있는 half price ticket 에서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해당 theatre 에 가서 사는 것이 더 쌀 수 도 있는데, 각 theatre 마다 concession 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어서 특정 요일 낮 공연(matinee) 에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다거나, 평일 저녁공연이라도 표 팔리는 게 신통치 않을 경우에는 학생 할인 물어보면 해 주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라면 half price ticket 사는 것 보다 더 싸지게 된다. Half price ticket 파는 곳에서는 2.5 파운드 정도의 charge를 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theatre 에서 직접 표를 사는 것이 좌석도 더 나은 경우가 많다고 주서 들었다. 가격은 공연이 얼마나 인기 있느냐에 따라서, 얼마나 장기공연인가에 따라서, 여행 성수기 시즌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싼 것은 13파운드 정도부터, 비싼 것은 값을 매길 수 없는 정도로…비-싸다. 보통 10- 25 파운드 정도가격의 좌석에서 보면 무난하지 싶다. 여행 성수기 시즌(6월-9월/10월) 에는 보통보다 가격이 슬쩍 올라간다. 따라서 런던 장기 거주 예정자분들은 시즌을 피해서 보시면 가격과 좌석의 질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뮤지컬을 아주 많이 보지는 못했다. 이제까지 본 게 3개 정도에 불과한데 처음 온 3,4,5 월에 월중 행사로 한 편씩 본 셈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6월로 접어들면서 가격이 올라서 잠시 참았다가 11월쯤부터 한국 가기 전까지 다시 시동 걸어볼 생각이다. 런던에서의 첫 뮤지컬은 ‘Grease’. 영화도 유명한데다가 우리나라에서는 특수 상황으로다가 지오다노 CF가 대박을 쳤었던 관계로 아주 아주 익숙한 내용이고 음악이었다. 주인공 남자(Danny)도 적당하게 기름지게 생긴데다가 여자 주인공(Sandy)으로 나온 배우가 어찌나 곱게 노래를 잘하는지 참으로 신나게 보았던 작품이다. 이걸 보았을 때가 3월 말 쯤이었는데 내가 영국에 온지 25일째 정도 되었던 때였던지라 내가 뭘 알아듣기나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완전 체념하고 갔었는데 의외로 가사가 술술 들려서 한 달 만에 귀 뚫렸다고 무지 좋아했었더랬다. 하지만 다들 예상했겠듯이 불가능한 말 아닌가….그저 나만의 착각이었던게다…나중에 친구랑 얘기해보니 이해한 내용이 다르더만.. 우이씨..-_-;
두 번째 뮤지컬은 ‘Mamma Mia’. 이탈리아 어로 ‘oh, my God’ 정도의 뜻으로 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더욱 실감날 듯…. ‘엄마야’... 이 정도 되려나.. 역시 압권은 ABBA의 주옥 같은 노래들. .화려한 dancing queen 무대에서는 그저 신나서 댄싱 퀸, 댄싱 퀸~ 하면서 따라 불러댔다. 참 좋았다.
세 번째…둥둥둥…오페라의 유령… 가장 럭셔리한 뮤지컬이었다. 시작부터 Think of me 로 마음을 짠하게 적셔주더니 화려한 무대장치로 날 감동시켰다. 이 뮤지컬은 천장도 무대의 일부로 쓰이므로 stall 에 앉는 것 보다는 circle 이나 balcony 가 더 낫다고 생각이 된다. 이거 볼 때는 친구가 interval 에 같이 마신답시고 와인 한잔까지 주문해 놓았었는데, 중간 휴식시간에 나와보니 이름까지 떡 하니 적힌 빛깔 고운 레드 와인이 우아한 자태로 바 테이블 위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럭셔리럭셔리…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_-;) 하지만, 이왕 ‘오페라의 유령’ 보러 오시는 분이라면 이틀 점심 굶고 한 번 분위기 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난한 어학연수생 신세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