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뉴욕 스쿨링 캠프 인솔자 신은수 선생님이에요.
뉴욕센터에서 미리 공지를 드려서 부모님들도 모두 아시다시피 어제는 Blizzard(눈보라)로 인해 학교가 하루 휴교였어요.
그래서 모든 아이들은 각자의 홈스테이에서 호스트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급작스럽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지친 심신도 재충전하고,
미국집에서 하루 종일 지내보는 경험도 하고, 호스트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각자가 주어진 환경 속에서 다양한 하루를 보냈어요.
뭐든 미국에서 지내는 4주 시간 동안 불필요하고, 의미없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 캠프의 매력인 것 같아요.
오늘은 제가 마침 머물고 있었던 Moeller Family(몰러 가족)과의 하루를 소개해 드릴게요.
다른 모든 아이들의 하루를 보여드리면 좋겠지만, 제 몸이 하나인지라…. 우리 부모님들이 각 가정의 자녀를 보지 못해 아쉬우실테지만,
그래도 몰러 가족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 삼형제 중3 민우, 초5 정원, 초4 강민이를 통해서 함께 느끼셨음 해요. 아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지냈겠구나하고 말이지요.
다른 친구들 홈스테이에도 제가 찾아가는 날이 곧 올겁니다.
첫번째 사진은 몰러씨네 집 앞마당에서 찍은 전경이고요. 두번째 사진은 뒷마당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기온은 생각보다 낮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싸리눈이 한없이 쏟아져 내리는 날씨였어요.
참고로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이 낮은 날에는 싸리눈이 내립니다. 그런 싸리눈이 내리고 또 내려서 점심 시간 즈음에는 10센티 정도 쌓였고요. 저녁에는 15센티 정도 쌓였던 것 같아요.
시리얼과 머핀 케이크로 아침을 먹고 난 뒤, 몰러씨(아이들은 Jeff라고 부릅니다)가 우리 아이들에게 현재 기상상태를 위성에 연결해서 꼼꼼히 알려주고 있는 모습이에요.
덕분에 저도 이번 눈보라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노스캐롤라이나부터 캐나다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로 치면 홍콩부터 신의주 정도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규모의 눈보라였어요.
Jeff 아저씨는 정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호스트 대디입니다. 말씀하는 것을 좋아하셔서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미국인 중에는 유독 탐구심이 강한 사람들이 있는데요. Jeff 아저씨도 딱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어요. 나이는 60이 넘으셨지만, 끊임없이 아이패드를 가지고 관심있는 정보를 확인해보고,
그걸 또 꼭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히 가르쳐주는… ㅎㅎㅎ 이런 분들이 최고의 호스트 패밀리 자격이 있는 겁니다.
물론 아이들은 힘들어하죠…ㅎㅎㅎ;;;; 아저씨의 끊임없는 영어공격에 진짜 힘들어 합니다…;;;
Blizzard(눈보라, 눈폭풍)에 대한 강의를 들은 뒤, 우리 모두는 영화 한 편을 보기로 했어요.
디즈니 애니매이션 Car를 볼 것인지, 아니면 톰 크루즈 주연의 American made 영화를 볼 것인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American made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이런 모습으로 반대쪽 벽 절반만한 크기의 텔레비전에 완전히 집중했습니다. 같은 미국영화라도 미국에 직접 와서 보니 기분이 모두 남달랐을 거에요.
금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쉬는 날에는 이상하게 돌아서면 또 밥시간이죠.
모두 2층으로 올라가서 식사 준비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Jeff 아저씨의 부인 Teresa 아주머니가 이번 주에 잠시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개최되는 큰 컨퍼런스에 참가하러 가신 관계로
오늘은 Jeff 아저씨가 손수 모든 음식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우리 친구들이 뭐라도 도울 것이 없는지 Jeff 아저씨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네요.
원래는 가만히 식탁에 앉아서 아저씨가 모두 차려줄 때까지 기다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러면 안되고, Jeff 아저씨에게 먼저 가서 뭘 도울 것이 없는지 물어보고,
숟가락과 포크라도 세팅하라고 시켰습니다. 별 것은 아니지만 그런 액션이 홈스테이 생활을 더욱 편안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에요. 세상은 다 똑같습니다.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스럽게 행동하라!”
오늘의 점심 메뉴는 파파이스 치킨핑거입니다.
조금 웃겼던 것이 Chicken Finger 라는 말에 강민이는 미국에 와서 ‘닭발’을 먹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더라고요. 강민이의 이야기에 모두가 웃었고,
그로인해 ‘닭발’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한국사람들이 닭발 요리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조금 더 나아가 한국 사람들이 치킨을 어느 정도 좋아하는지,
다시 또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의 음식 배달문화가 얼마나 발전해 있는지, 다시 또 두발 더 나아가 인기 운동종목의 국대시합이 있는 날에는 몇시간 전에 치킨을 주문해야 먹을 수 있는지 등,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영어로 말이지요. 이것이 바로 홈스테이의 효과!!!
그렇게 수많은 대화 중에 각자 치키 핑거를 5~6개씩 배부르게 먹고, 가위바위보로 오늘의 설겆이 담당을 정했습니다.
초적극주의자 정원이가 스스로 하겠다고 강력히 주장하길래, 만장일치로 정원이가 설겆이를 하고 있는 중이에요.
혹시나 정원이 부모님께서 집에서도 한번도 안한 설겆이를 하는 정원이 모습에 안쓰러워 하실까봐 첨부해 말씀드리면,
포크와 스푼이 전혀 없는 식사라서 자기가 꼭 지금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요. 정원이의 입담에 Jeff 아저씨가 박장대소 하셨습니다. 그 기분좋은 너털웃음을 들으셨어야했는데 안타깝네요.
그리고 정원이는 물에 살짝 접시만 행궈서 옆에 보이는 식기세척기에 모두 넣고 끝냈습니다. ^^
정원이의 적극성을 보고 Jeff 아저씨가 정원이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설겆이를 마치자 몰러씨네 삼형제는 눈구경을 하겠다며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눈사람을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눈오는 날 신이난 강아지들처럼 난리법석이었어요.
온 동네를 뛰어다니는 모습에 눈폭풍 속에서 길을 잃으면 안된다고 저도 함께 쫓아다녔습니다.
가뜩이나 집 밖에서 걸어다니는 사람을 좀처럼 보기 힘든 동네인데, 아마 이 동네 미국분들이 이 삼형제를 보았다면 정말 신기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모두 검은 유니폼을 입고 삽들고 뛰어 다녔으니까요. ㅎㅎㅎ
눈 위를 실컷 뛰어다녔던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와 잠시 텔레비전을 시청한 다음 금새 낮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나니 어둑어둑 밤이 되었고, 출출한 허기를 달래려 Jeff 아저씨가 좋아하는 웬디스 버거 가게에 왔습니다.
완전 미국 스타일을 하나 경험했는데요. 케찹을 조그만 가글컵 같이 생긴 용기에 짜먹는 기구였어요.
정말 스테이크처럼 보이는 두툼한 패티가 2 장이나 가득 들어있는 정통 미국식 햄버거와 씹는 맛이 제대로인 감자튀김, 그리고 미국에 와서 처음 먹는 1인당 1리터의 콜라를 들이키며,
뭐가 이리 많은지 배불러서 더는 목먹겠다는 배부른 소리를 하며 이날 저녁 식사도 마무리 했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 삼형제에게 뭐라도 하나 더 보여주고 싶어하는 적극적인 성격의 Jeff 아저씨는 차를 몰아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자라온 동네를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뉴저지에서 유명하다는 가장 큰 크리스마스 트리도 구경했고요. 1975년에 Jeff 아저씨가 졸업했다는 유서깊은 Ridge wood 고등학교도 한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참고로 Jeff 아저씨의 어머님이 1945년에 졸업하셨고, 1965년에는 누나가 졸업했다고 설명해 주셨답니다. 정말 Jeff 아저씨네는 뉴저지 토박이였더라고요.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Jeff 아저씨는 우리 삼형제를 위해 큰 공터로 차를 몰아, 눈길 위에서 순간적으로 차를 360도 평면으로 회전시키는 자동차 Drift 기술도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우리 삼형제는 차 안에서 좋다고 소리소리 지르고 난리였어요. 저도 자동차 Drift를 직접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뭐 이런 아저씨가 다 있나 싶었어요. ㅎㅎㅎ
하루 종인 Jeff 아저씨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배까지 빵빵해진 삼형제는 너무 졸렸는데,
우리 열혈청년 Jeff 아저씨는 이대로 자면 안된다면서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YAHTZEE라는 원조 주사위 보드게임을 하자고 조르셨어요. ㅎㅎㅎ 진짜 조르셨어요.
영어로 YAHZEE 게임의 룰을 설명해주시는 통에 아이들이 또 영어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면, YAHZEE 게임에 집중하는 우리 삼형제들입니다. ㅎㅎㅎ
이렇게 오늘 하루는 저물어 갔어요. YAHTZEE 게임을 마치고 나자마자 아이들은 진짜 말 그대로 기절했답니다.
P.S
특별 보너스!!!
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2시간 늦은 오전 10시까지 등교하라는 통지를 받은 우리 삼형제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Jeff 아저씨와 집 주변 눈청소에 나섰습니다.
어제의 눈보라는 어디로 갔는지 눈부신 햇살 속에서 정말 즐겁게 눈을 치웠어요. 운동 제대로 했네요.
아주 신이났죠 다들!!
여기 오늘 아침의 주인공 민우가 보입니다.
사실 민우는 과묵한 편이라서 Jeff 아저씨가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친구였어요.
그랬던 민우가 Jeff 아저씨에게 먼저 다다가 드디어 영어로 말을 걸었습니다.
Jeff 아저씨가 미는 눈치우는 기계, Snow Blowing Machine을 직접 다뤄보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역시 사람은 계기가 있어야 합니다.
Jeff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자기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던 거에요. Jeff 아저씨는 너무 신이 나서 민우에게 작동법을 가르쳐 주었고,
아침 내내 민우는 온 동네 눈을 다 치우고 다녔답니다. ㅎㅎㅎ
Jeff 아저씨는 저에게 다가와 민우가 먼저 다가와 영어로 말을 걸어주었다면서, 오늘 아주 행복한 아침이라고 하셨어요.
오늘의 일지는 여기까지 입니다. 또 우리 친구들의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학교에 등교했습니다. ^^